답십리에서 신혼을 보낼 때, 내가 제일 맛있게 먹었던 배달음식은 '또봉이 치킨'이었다.
지점마다 차이가 좀 있는데 답십리 2호점 사장님이 닭을 정말 잘 튀기셨다. 또봉이 치킨이 오면 정신없이 닭을 뜯었고, 금세 배가 빵빵해졌다. 그럼 나는 농담 삼아 "여보, 우리 또봉이가~" 라며 임신부 코스프레를 하면서 남편을 웃기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진지한 얼굴로 나를 앉히더니
"여보, 우리 주니어를 부르는 말인데 치킨집 이름을 붙이는 건 아닌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응, 생각을 해봤는데?"
"우리 아기가 생기면 태명으로 '또봄이' 어때?"
"또봄이? 또봉이 친구야?ㅋㅋㅋㅋㅋ"
"음.. 너를 만나고 내 인생에 다시 봄이 왔다. 그런 의미로!"
아..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편에게서 나오는 말들이 더없이 로맨틱하게 들렸다.
"여보, 너무 좋아! 이제부터 우리 주니어 이름은 또봄이야."
감동하면서 남편을 꼭 안아주던게 2021년.
또봄이는 엄마, 아빠를 닮아서 행동이 느린지 아직까지 우리집에 도착을 못했다.
2025년 1월, 시험관 1차 시도를 하면서 수없이 많은 블로그를 들락거렸다.
아무런 지식도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주사를 맞고 난자를 채취하고 배아를 이식하는 그 모든 과정이 낯설었다. 다행히도 대한민국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에 자세하게 기록을 남겨둔 덕분에 인터넷으로 많이 배워가면서 그 과정을 무난히 지나왔던 것 같다.
걱정했던 것만큼 몸이 힘들지는 않아서 내심 기대했지만, '시험관 1차 성공은 기적'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었다. 나의 첫번째 도전은 비임신으로 종결되었고, 이후에 좋지 않은 집안일까지 겹치면서 심신이 지친 상태로 두달이 흘렀다. 나태지옥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블로그를 개설한 게 지난 달이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하다가 잘 모르겠으면 편하게 찾아보던 참고서처럼 시험관이나 난임 관련 정보들을 하나씩 정리해나가는 중이다.
남편과 5월부터 시험관 2차에 도전하는 걸로 마음을 먹었는데, 조금 두근거리고 긴장도 된다. 마음을 다스리면서 지난 1차의 기록부터 2차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까지 모두 기록해보려고 한다. 글을 쓰는걸 어려워하는 스타일이여서 걱정되지만, 지난 겨울에 내가 받았던 위로에 감사하며 은혜 갚은 까치 느낌으로!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번 시작해보겠다.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따뜻한 아기 천사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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